비열한 거리의 냉혹한 탐정 -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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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말로.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여 경찰직을 내려놓은 사립 탐정. 그런 그에게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스턴우드 장군이 의뢰를 맡긴다. 자신에겐 비비언과 카멘이라는 문제 많은 두 딸이 있는데, 최근에 아끼던 사위이자 비비언의 남편인 러스티 리건이 실종되어 심란한 와중, 카멘과 관련된 무언가를 빌미로 일천 달러를 협박하는 가이거라는 웬 놈이 나타났다는 것. 몇 달 전엔 조 브로디라는 놈도 비슷한 수법으로 오천 달러나 뜯어갔고. 말로는 가이거의 집 앞에서 잠복하다 대뜸 총성이 울려 들어가 보니, 가이거는 죽어 있고 카멘은 벌거벗은 상태로 약에 취해 있다. 심지어 다음 날엔 스턴우드 가족의 운전 기사인 오웬 테일러가 차와 함께 바다에 처박힌 채로 발견된다. 도대체 말로가 모르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빅 슬립』을 읽었다. 다시 말해, 필립 말로가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첫 장편을 읽었다. 문학사적인 이야기를 덧붙일 필요가 있겠다. 더블 코트와 (원작에서 주요하게 언급되진 않지만) 사냥 모자로 대표되는 셜록 홈즈가 '고전적 탐정'의 전형이 되어 추리소설의 황금기를 열었다면, 트렌치 코트와 (마찬가지로 원작에서 주요하게 언급되진 않지만) 페도라 모자로 대표되는 필립 말로는 '현대적 탐정'의 전형이 되어 하드보일드(hard-boiled)라는 장르를 열었다. 물론 레이먼드 챈들러 이전에 대실 해밋이 있긴 했다. 『몰타의 매』가 없었다면 필립 말로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해밋의 전성기는 이념 문제 때문에 너무나도 짧았고, 실질적으로 하드보일드를 문학의 주류로 견인한 작가는 챈들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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