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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피리 ㅣ 찬호께이 - 중세, 동화, 추리, 2인조 탐정 그룹 - 좋지 않은 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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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5-10-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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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를 고민하던 중 해당 공모전의 기존 결선 작품들이 전부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했다는 게 생각나, 나는 역발상의 기지를 발휘했다. 배경을 400여 년 전의 영국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유명한 동화를 재창작함으로써 심사위원(그리고 독자)의 시선을 끌기로 한 것이다. 작가해설 중에서

찬호께이 작가님을 두번째 만난다! 크러스너 호르커이 라슬로 - 서왕모의 강림을 허덕허덕 읽고 바로 넘어온 책이 바로 이 책! 그래서 그런가, 너모 재밌다. 마침표도 많고, 쉼표도 적고.. 무려 동화 속 범죄사건 추리 파일이란다. 추리부터 SF까지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던 <디오게네스 변주곡>에 비해 매우 심플하고, 이 또한 동화같아서 술술 읽히던 책, 무려 중세를 배경으로 한, 동화를 모티브로 한 추리 소설집. 취향 저격 제대로 당해서 즐거운 독서를 했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2021.09.

600쪽 ㅣ698gㅣ136*200*34mm

책을 다 읽고 작가님의 후기를 읽는데, 공교롭다. <디오게네스 변주곡>에서도 난 후기 길게 안 쓰는데, 이번에만 길게 써 ~ 라는 말이 있었던 듯 한데 이번에도 나 후기 길게 안 쓰는데, 이번에는 좀 쓸게~ 라는 얘기가...! 감사합니다. 작가님. 덕분에 나는 자세히 이 소설에 대해 알게 되었다. 특히나, 취향의 발견이랄까. 이 책이 왜 이렇게 재미있게 느껴졌는지 깨닫게 됐다.

1. 동화 모티브 : 잭과 콩나무 살인 사건은 잭과 콩나무, 푸른 수염의 밀실에는 푸른 수염의 사나이, 하멜른의 마술 피리 아동 유괴사건에는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가 당연히, 모티브다. 여기에 헨젤과 그레텔, 미녀와 야수, 욕심쟁이 거인이 숨어있다. 동화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마냥 아름답고 교훈적일 것 같지만, 동화의 잔인성과 엽기성은 이미 여러 사람들이 속속들이 고발해왔다. 찬호께이 작가님이 어릴적부터 이상하다 여겼던 동화들을 바탕으로 왜 이상한지를 파고들어 전개한 상상력을 읽는 일은 실로 감탄을 자아내는 것이었다. 익숙한 것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것, 예상 밖의 것이 무척 즐거워서, 청소년에게도 이야기의 재미를 발견케 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또 해봤다.게다가 동양인이 변주하는 서양의 동화들이다. 시작할 때는 이게 돼? 라는 느낌이었는데, 읽으면서 너무 되네~? 라는 기쁨으로 발전. 작가님이 공부만 많이 하면 되는 일이었다!

돌이켜보니 유명 작가 제임스 클라벨의 19세기 홍콩을 배경으로 한 『타이판』과 17세기 일본을 다룬 『쇼군』 등 서양인이 외국어로 동양 이야기를 쓴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Why(왜)’를 묻기 전에 ‘Why not(왜 안 돼)’을 물어야만 시야를 넓힐 수 있을 듯했다. 작가의 말 중에서

2. 캐릭터 : 홈즈와 왓슨을 연상케 하는 남성 이인조 - 라일 호프만 (호두까기 인형의 그 호프만?) 과 한스 안데르센 그린 (바로 그 안데르센?) 가 사건을 만나고 해결해가는 주역들이다. 신분차가 있던 시대에 호프만은 귀족임을 밝히지 않는 귀족이고, 안데르센은 하인이라는 점이 다를까 (그러나 홈즈도 왓슨을 시종처럼 부린다는 느낌이 좀 있...) 귀족이지만 신분은 필요할 때만 이용하며, 주로 법학박사라는 직업으로 각국을 누비는 호프만과 동서양의 각종 무술에 능하며 라틴어도 쓸 줄 아는 만능 시종 안데르센의 조화가 재밌다. 슬프지만, 권력과 힘과 돈이 사람들을 움직이고 힌트를 얻는데 매우 힘이 되어서 탐정은 가난하면 안되고 연줄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읽을 때 속이 시원하다는 점... 아마 삶에서도 돈과 인맥과 권력이 있으면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살 수 있겠지....으..려...나.... ​

호프만 선생은 성격이 참 독특해 상대의 신분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우연히 스쳐 가는 인연일지라도 마음이 맞기만 하면 진심으로 지지했다. 반대로 악행을 저지르는 놈이면 전력을 무너뜨려 죽고 싶게 만들어놓았다. 하멜른의 마술 피리 아동 유괴사건 중에서

3. 중세 : 중세 덕후 움베르토 에코 작가님이 자동 연상되는 중세가 배경이다. 작가님의 해설에서 중세라는 시기가 가진 매력을 깨달았다.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16세기 말 - 1600년 전후가 왜 매력적인가, 하니 -
1) 미신에서 벗어나 이성을 추구해 '추리'가 성립되는 시대 - 르네상스의 성숙기,
2) 종교 개혁으로 카톨릭의 위상이 흔들림
3)대항해 시대 개막
4)인쇄술의 보급
5) 갈릴레오, 케플러, 데카르트 등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 대두 등등 (작가님 해설에 근거). 옛 것이 가고 새로운 것이 오던 시대, 변화가 크던 그 시대, 인간과 지구, 종교, 문화, 경제, 사회, 과학, 의학 등 모든 면에서 눈부신 발전과 욕망이 얽히던 그 시대가 중세였던 것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아직 마녀와 설화가 굳건한데, 의학과 과학을 통해 다시 그 사건을 보는 탐정의 추리가 흥미진진하다. 그 시대 계층별로 다른 심리와 욕망을 파고드는 마지막 단편 - 하멜른의 마술 피리 아동 유괴사건은 분량면, 재미면에서 이 책의 표제작이 될만하다.

작가의 말 중에서

움베르토 에코 작가님의 중세 시리즈 책을 읽고 싶어졌다. ( 4권 셋트, 28만 8천원, 4024페이지, 세트 품절)

그 밖에도 믿음과 신뢰로 안심하고 읽게 만드는 "권선징악"의 결론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의 이유겠다. 추리 소설은 생각해야 해서 싫다, 고 지난 찬호께이에 적었는데 이에 대한 점례님의 말씀 - 생각해야 하는 것은 순문학이지요, 에 빛의 깨달음을 얻었다. 믿고 따르게 되는 추리소설의 재미에 스며드는 중. 하필 전에 읽었던 책이 아직도 답을 모르겠는 수수께끼의 책 - 서왕모의 강림이라 더 그럴지도. 정의가 승리한다, 는 답정너의 <마술피리>는 작가님이 만든 물결에 몸을 맡기고 흐름만 타면 된다. 파도를 거스르지 않고 따르기만 하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 안전한 배. 비록 찬호께이 작가님의 다른 책들은 그냥 따르기에는 너무 현실 반영이라 괴로울 것 같지만, 적어도 마술피리 만큼은 그럴 신중하게 맘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읽고 나서도 후련하고 개운한 마음. 작가님의 중세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 계급별 인간 심리에 대한 파악, 힌트로 등장하는 다양한 요소에 감탄하며 읽기만 하면 되는, 아주 재밌는 책이었다. 찬호께이는 여기까지만 읽으면 ... 아..안되려나... 마술피리 연작 안되나요, 작가니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아쉽게도 품절 (단권은 아직 판매 중, 도서관에도 있겠지)

느슨한 마음 방지 위원회 회장님의 다음 추천책 (344페이지다! 오예) 탐정과 트릭 위주의 당시 주류 미스터리에서 과감히 탈피하며 미스터리의 새 길을 연 작품으로, 병원 침대에서 꼼짝하지 못하는 주인공 앨런 그랜트 경위가 기록에 남아 있는 증거만을 활용해 사백 년 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밀리에 있다. 있긴 있다......

찬호께이 모음집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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